총신대학교가 2년에 걸친 임시이사 체제를 마무리하기 위해 정이사 후보를 선출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 안수가 불가능하다는 신학적 이유를 내세워 이사 후보 24명 중 여성을 한 명도 넣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총신대학교가 2년에 걸친 임시이사 체제를 마무리하기 위해 정이사 후보를 선출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 안수가 불가능하다는 신학적 이유를 내세워 이사 후보 24명 중 여성을 한 명도 넣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총신대학교(이재서 총장)와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소강석 총회장)이 총신대학교 재단이사회 정상화를 앞두고 "성비 균형을 고려해 이사를 추천하라"는 교육부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 권고를 무시한 채 이사 후보를 전원 남성으로 추천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단 내 영향력 있는 목사를 비롯해 논란 있는 대형 교회 목사도 후보에 들어갔지만 "교단 목사·장로만 추천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워 여성은 논의 구조에서부터 아예 배제했다.

사분위는 2021년 1월 12일 회의를 열고 총신대학교 정상화 추진 계획안을 인가했다. 이제 임시이사 체제를 끝내도 될 만큼 학교가 안정됐다고 평가한 것이다. 그러면서 새롭게 구성할 재단이사(정원 15명) 후보를 추천하라고 했다. 후보는 정원 2배수인 30명을 선정하며, 이 가운데 사분위가 15명을 뽑는다.

사분위는 후보 30명 중 교육부 추천 4명을 제외하고, 총신대 측에 총 26명을 후보로 추천할 수 있도록 했다. 먼저 총신대 소속 교단인 예장합동 총회에서 총신대정상화추진위원회(김종준 위원장) 이름으로 8명을 추천한다. 총신대 학생·교수·직원으로 구성된 대학평의원회(옥성석 위원장)에서도 8명을 추천하며, 사립학교법과 총신대 정관에 따라 예장합동 추천 3인 및 재단 추천 2인 등 총 5명으로 구성된 개방이사추천위원회(김상현 위원장)도 8명을 추천한다. 여기에 전·현직 이사 협의체에서도 2명을 추천한다.

이 가운데 '김영우 사단'으로 불리며 학내 사태 원흉으로 꼽힌 전직 이사 관련 협의체가 추천할 수 있는 2명을 제외한 24명을 놓고, 교단 내부에서는 2주간 치열한 물밑 다툼이 벌어졌다. 그 결과, 총신대정상화추진위, 대학평의원회, 개방이사추천위가 내놓은 명단 24명이 전원 남성 목사·장로로 구성됐다.

단위별 추천 후보 명단을 보면 총신대정상화추진위는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김종준 목사(꽃동산교회) △김종혁 목사(울산명성교회) △김상현 목사(목장교회) △김장교 목사(서성로교회) △박재신 목사(양정교회) △장창수 목사(대명교회) △오정현 목사(사랑의교회)를 추천했다.

대학평의원회는 △김기철 목사(정읍성광교회) △민찬기 목사(예수인교회) △송태근 목사(삼일교회) △이규현 목사(수영로교회) △이재서 총장(총신대) △정갑신 목사(예수향남교회) △최남수 목사(광명교회) △화종부 목사(남서울교회)를 추천했다. 대학평의원회 추천 후보 중에는 고 옥한흠 목사가 주도해 설립한 교회갱신협의회(교갱협) 소속 목사도 4명이 들어가 있다. 김기철·민찬기·송태근·이규현 목사는 교갱협 현 공동회장이다.

개방이사추천위는 '두날개'로 세간에 널리 알려진 김성곤 목사(풍성한교회)를 비롯해 △김성천 목사(여수제일교회) △류명렬 목사(대전남부교회) △이광우 목사(전주열린문교회) △이상복 목사(광주동명교회) △이송 장로(성심의료원장) △이진영 장로(이정컨설팅 대표회계사) △최득신 장로(법무법인 평강 대표변호사)를 추천했다.

총신대정상화추진위·대학평의원회 추천 후보 16명은 전원 남성 목사이며, 개방이사추천위 후보 8명은 목사 5명, 장로 3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모두 예장합동 소속이다.

후보 선출 결과가 알려지자 교단 내부에서는 '셀프 추천', '특정 집단 편중'이라는 반발도 나왔다. 우선 총신대정상화추진위가 추천한 명단에는 위원장이자 직전 총회장인 김종준 목사를 비롯해 현 총회장 소강석 목사, 총회 서기를 지낸 김종혁 목사와 장창수 목사 등 전·현직 총회 임원이 대거 포진했다. 이와 관련해 김종준 위원장은 2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위원 선정 과정에는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 소강석 목사 추천으로 후보가 되었는데, 의결 과정에서는 회의장 바깥에 나가 있었다. 소 목사 추천 과정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예장합동 총회는 대법원에서 총신대 편목 과정 입학을 문제삼아 '사랑의교회 위임목사 무효 판결'을 받은 오정현 목사도 후보로 추천했다. 총회 관계자는 "대형 교회를 통한 후원 차원에서 안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총신대와 오 목사 간 소송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오 목사가 이사회에 들어가면 이해 충돌 소지가 있다. 복수의 예장합동·총신대 관계자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소송과 사회적 논란 등을 고려할 때 사분위가 오 목사를 이사로 선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사분위는 1월 전체 회의에서 각 후보자 추천 주체마다 성비 균형을 고려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총회, 대학평의원회, 개방이사추천위원회 등 세 주체는 모두 전원 남성으로 후보자를 짰다. 사분위 홈페이지 갈무리
사분위는 1월 전체 회의에서 각 후보자 추천 주체마다 성비 균형을 고려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총회, 대학평의원회, 개방이사추천위원회 등 세 주체는 모두 전원 남성으로 후보자를 짰다. 사분위 홈페이지 갈무리

이번 총신대 추천 이사 명단에는 남성만 들어가 있을 뿐 여성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사분위는 "각 정이사 후보자 추천 주체로 하여금 성비 균형을 고려하여 정이사 후보자를 추천하도록 권고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총회와 대학평의원회 추천 과정에서는 여성 이사 선정이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현직 임시이사가 들어가는 개방이사추천위에서는 교단 목사들이 여성 이사를 받을 수 없다고 완강하게 버텼다. 이 때문에 일부 임시이사는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기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나마 목사 일색으로 구성돼 온 이사회에 장로 후보 3명이 포함된 게 진전이라면 진전이다.

예장합동 총회 관계자는 2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우리 교단에는 여성 목사·장로가 없기 때문에 추천 자체가 안 된다. 법적으로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교단이 변해야 한다는 인식은 있지만 쉽지 않을 거다. 역사적으로 보면 예장통합(신정호 총회장)이 뭘 하고 나면 한참 뒤에야 따라간다. 쉽지 않다"고 말했다. 총신대 관계자도 "정이사로 새 이사회가 구성되면 이사 정원 수 증가 등과 함께 여성도 이사가 되도록 정관을 개정하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며, 현 상황에서는 여성 이사를 추천하기 어렵다고 했다.

앞서 총신대 임시이사들은 2020년 9월 18일 정관 중 이사 자격을 "본 총회에 소속된 세례 교인"으로 바꿨다. 예장합동 여성 교인도 이사를 할 수 있게 길을 열어 준 것이다. 다만 임시이사회가 사립학교의 '정체성'과 관련한 정관 규정까지 바꾸는 것은 위법 소지가 있다는 교육부 지적에 따라, 2020년 12월 이 규정을 다시 "성경과 개혁신학에 투철한 목사 및 장로"로 바꿨고, 현재 이를 유지하고 있다. 학내 사태의 원인이 된 정관 규정으로 다시 환원한 것이다. 이에 따라 타 교단 소속 여성 목사와 장로는 이사가 될 수 있지만, 정작 예장합동 소속 여성 교인은 이사를 할 수가 없다.

복수의 총신대 관계자는 2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정이사 체제를 맞아 학교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하는데, 또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대다수의 총회·총신대 관계자는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총신대 여성 이사 탄생의 길이 완전히 막힌 것은 아니다. 교육부가 추천하는 후보 4명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분위는 1월 전체 회의에서 "정이사 후보자 추천 수와 정이사 선임 비율은 무관하다"고 밝혔다. 교육부 추천 후보 4명이 전원 이사가 될 수도 있고, 총회나 대학평의원회, 개방이사추천위가 각각 올린 8명 중 1명도 이사로 선정되지 않을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대선 공약으로 내각 중 여성 장관 비율을 30% 이상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회에서는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여성 근로자 비율이 현저하게 미달하는 경우 고용노동부장관이 적극적 개선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처럼 사회에서는 성비 균형을 맞추기 위해 법제화에 나서고 대중의 인식에도 신경 쓰지만, 총신대는 아직까지 이런 비판과 문제의식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총신대 출신으로, 여성에게 안수를 주지 않는 교단과 신학교를 비판했다가 학교에서 쫓겨난 강호숙 박사(기독인문학연구원)는 2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2017년 총신대와 '부당 해고'로 다툴 때, 국가인권위원회에도 요청하여 '총신대 신학과에 여성 교수를 채용하라'는 권고문이 도달한 바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현대 시대는 여성 할당제, 남녀 동수를 지향하고 있는데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젊은 지성'을 떠벌리는 총신대는 20세기로 회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2018년 학내 사태 당시, 총신대 구성원들은 총회 소속 목회자들이 들어오면 학교가 정치판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임시이사를 보내 달라고 요구했다. 실제로 임시이사회 임원들은 다양한 직업과 성비로 구성돼 2년간 학교를 안정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2018년 학내 사태 당시, 총신대 구성원들은 총회 소속 목회자들이 들어오면 학교가 정치판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임시이사를 보내 달라고 요구했다. 실제로 임시이사회 임원들은 다양한 직업과 성비로 구성돼 2년간 학교를 안정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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